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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8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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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전 '주거비 지원 가정'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은 시간은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가 다 될 무렵이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12일)입니다. 선생님과는 전날 저녁 통화를 했었습니다. 우리 장학회는 선생님에게 ‘추석 전에 모텔에서 나올 수 있게끔’ 하려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신청서를 새벽에라도 보내달라고 했었습니다.
  
가족의 사연은 지난 주 화요일(10일) 에 접했습니다. ‘세 자매’를 어머니 혼자 키워 온 ‘한부모 가정’입니다. 7년 전 남편과 이혼할 때 약속받은 자녀들 양육비 매월 80만 원은 처음 두 달만 지켜졌습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연락도 없습니다.

아이들 어머니가 어린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을지, 감히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어떻게 살았느냐’는 철없는 물음이 자꾸 삐져나오는 걸 보면, 언제부턴가 이런 고통과 상당히 거리를 두며 살아왔습니다(이 가정을 만난 장학회 실무자). 


아이들은 아빠 없이 자랐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을 펼치며 커온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 학교 선생님들이 이 가정을 안타까워하며 뭐라도 해야겠다고 나선 이유일 겁니다. 


아이들이 꿋꿋하게 자라는 것과 반대로 가정 경제는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월세가 밀리기 시작할 때쯤 겪은 ‘임금 체불’은 이 가난한 가정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고리의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고, 제때 갚지 못해 협박까지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임대인의 밀린 월세 독촉도 계속되었고, ‘법적 조치’ 이야기 나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임대인의 입장도 이해됩니다. 10개월 가까이 월세가 밀리는 걸 그냥 참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지난 7월 출입을 막았습니다. 아이들 어머니는 애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끔 옷가지라도 챙길 수 있게끔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임대인(건설사) 측 직원 입회하에 한 번 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직원이 보는 자리에서 세 자매의 속옷, 교복 등을 챙겨 나올 때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모텔로 들어갔습니다. 주중 4만 원, 금요일 5만 원, 토요일 6만 원인 모텔 생활이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어머니는 심각한 상실감과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미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이대로 둘 수 없었습니다. 손빨래로 아이들의 청결을 유지했습니다. 조리를 할 수 없어서 끼니는 즉석 식품, 라면 등으로 해결했지만 절망 속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모텔비는 장시간 통학도 버거웠을 첫째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보탰습니다. 어머니는 새벽 5시 반에 첫째를 깨워 학교에 보냈고, 첫째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 11시가 다 된 시간에 모텔로 돌아왔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하는데... 아이들의 책 등이 '들어갈 수 없는 원룸'에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선생님들께 사정을 설명하며 아이들의 책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사정이 담임선생님에게 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 복지사 선생님이 주거지 안정 사업을 신청했고 지난 주 수요일 월세 지원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보증금, 가스 미납금, 생활 가전(냉장고, 세탁기, 선풍기 등), 생활 가구(책상, 의자 등), 생활 용품(이불, 식기류 등)까지 지원받을 수 없었습니다. 


셋째 담임 선생님이 우리 등대장학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 새벽에 지원 신청을 했습니다. 우리 장학회는 그동안 ‘학원비 등 학습비, 생활비, 치과 치료비 등’을 지원해왔으나 ‘주거비 지원’은 이 가정이 처음입니다('5개월 동안' 일시 주거비 지원 사례는 있음).


단체 카톡방 논의로 목요일 오전에 신속하게 결정했습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피해자 최성자 이사님은 “한참 예민할 나이의 여학생들이 주변 시선에 신경쓰면서 모텔을 드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 장학회가 '규모는 작지만 이런 지원을 신속하게'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하셨습니다. 


지원을 하면서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잠긴 원룸에 있는 아이들의 책, 겨울 교복, 챙겨 나오지 못한 가을, 겨울 옷 등이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 가난한 가족이 지키고자 한 '소중한 물건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장학회의 재원 그리고 정관 해석상 ‘주거지 지원의 범위’는 새로 입주할 곳과 관련된 부분으로 봐야지, 기존 주거지의 밀린 월세까지 해결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우리 등대장학회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신 분들의 보상금을 재원으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기본재산 5억 원을 출연하신 분들입니다. 출연만으로 본인들의 역할을 끝내지 않았고 그동안 ‘법인 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 검소한 법인’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필요할 때마다 개인 돈을 내놓으셨습니다.


이번에는 장동익 이사장님과 윤성여 이사님이 300만 원씩 보내왔습니다. 이 돈으로 밀린 월세 580만 원, 이사를 위해 필요한 용달차 비용 등에 썼습니다. 


이 모든 일이 ‘3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아이들 어머니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며 울먹였습니다. 이 가정은 지난 주 금요일(13일) 모텔을 나왔습니다. 이번 추석을 모텔에서 보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참, 생활 가전과 가구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밥솥만은 새 것으로 구입하게끔 했습니다. 우리 장학회를 후원하시는 분들이 이해하실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냄비밥을 해먹었습니다.


우리 등대장학회는 규모는 작지만 이런 지원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공익재단입니다. 후원금을 절실한 곳에 잘 연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등대장학회"는 '민법 및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설립된 '공익재단법인'입니다.